버려진 고양이 첫임보 경험 후기

밤에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옵니다. 남동생입니다.

남동생은 캣파더입니다. 언제부터 캣파더였는지 모르겠는데 꽤 오랜동안 캣파더를 하고 있습니다.

남동생 역시 사람들의 시선을 꺼려해서 주로 밤에 활동(?)을 합니다. 남동생이 그날도 고양이 밥을 주러 나갔는데 누군가가 고양이를 케이지에 담아서 버리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캣파더인 동생은 그냥 두고 볼수가 없어서인지 케이즈를 들고 집에 왔습니다. 동생이 누나 방에서 고양이를 잠시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저도 고양이를 꽤 좋아하기 때문에 부담없이 수락했습니다. 길냥이 말고는 실물 고양이를 본적이 없습니다. 집에서 동물을 키워본적도 없지만 그래도 고양이를 좋아하니까 뭐 괜찮겠지 생각했습니다.

 

누군가가 키우다가 버린 고양이는 한마리가 아니고 두마리였습니다. 케이지에 두마리가 들어있었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아니지만 어른 냥이도 아니었습니다. 고양이를 처음봐서 몇 살인지 추정이 어렵습니다.

 

집에는 고양이를 위한 물건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새벽이니 필요한 물건을 사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두 냥이를 방에 풀어놨더니 한마리가 바로 제 이불에 볼일을 보더군요. :) 그냥 이해했습니다.

 

집에 고양이를 데려오고 다음날 남동생이 캣파더답게 고양이한테 가장 급하게 필요한 고양이 화장실을 마련해주었습니다. 다행히 고양이들이 화장실을 잘 사용해주었습니다. 문제는 잘 사용하다가 잘 사용하지 않을때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출근해서 오후에 집에 돌아오면 고양이 화장실이 아닌 다른 곳에 똥을 싸는 것입니다. 저한테 고양이 똥은 냄새가 너무 지독했습니다. 고양이 똥을 4~5번 따로 치운 것 같습니다. 고양이 똥을 치우면서 오바이트를 할뻔하기도 했습니다. 유투브에서 보던 고양이들은 인형같고 이쁘기만 했는데 현실에서 마주친 고양이는 똥도 싸고 오줌도 싸는 동물라는 인식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문제는 이 녀석들이 적응을 하니 밤에 신나게 우다다를 하면서 물건을 넘어뜨리고 저는 자다가 깨는 일도 있었습니다. 밤에 자다가 깨니 고양이는 이뻤지만 짜증도 났습니다.

 

화장실과 밤에 우다다를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고양이들이 얌전해서 말썽도 전혀 피우지 않았습니다. 고양이는 원래 울지 않는가 싶을 정도로 울음 소리 하지 내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고양이를 키울 수 없는 환경이고 고양이들도 잠시 머물고 떠나가야하기 때문에 저도 고양이를 멀리하고 고양이들도 낯선 인간인 저를 멀리했습니다. 고양이를 만져보지도 않아서 암컷 고양이인지 수컷 고양이인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화장실로 가끔 괴롭고 우다다로 괴롭고 할즈음 동생이 다른 임보를 구했습니다. 그래서 짧은 기간 함께하고 귀여운 고양이 두마리를 떠나보냈습니다.

 

언젠가 고양이를 키우게 된다면 이녀석들이랑 똑같이 생긴애들로 키우고 싶습니다.

 

제 방 책상 밑으로 숨어 들어갔습니다. 약간 겁먹은 표정. 페르시안 고양이는 눈이 보석처럼 너무 예뻤습니다.

 

새로운 환경이 어색한지 처음 하루이틀은 케이지에 한마리가 들어가 있기도 하고 두마리가 함께 들어가 있기도 했습니다.

 

사진찍는 제가 신기한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고 있습니다.

 

고양이랑 놀아주는게 힘든줄 몰랐습니다. 깃털 흔들어주는데 팔 빠지는줄 알았습니다.

 

늘어져 있는 고양이. 무슨 생각하고 있니?

 

심심해 죽는 고양이. 멍때리는 중.

 

책상위에 올라온 고양이. 살짝 거리를 두지만 그래도 가까이에서 저를 지켜보는 고양이.

 

자다깨서 멍한 눈으로 쳐다보는 고양이.

 

눈꼽이 있는데 고양이를 만지지 못하니 떼어주지도 못했습니다.

 

 

새로운 집으로 임보를 간 고양이. 시선을 피하네요.

 

새롭게 임보를 하는분이 고양이를 많이 좋아하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함께 있었던 시간은 짧아서 아쉬웠고 좋은 주인 만나 행복하게 잘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고양이를 키울 자신이 없으면 처음부터 안키워야하는데 왜 키우다가 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고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번 경험으로 조금 더 신중하게 결정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한번 키운다면 가족처럼 평생을 함께해야하는데 책임지고 함께 지낼 수 있을지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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