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저것 다 없어진다는 엄니

엄마와 통화를 했습니다. 요즘 이것 저것 다 없어진다고 합니다. 치매 환자는 물건이 없어지니까 자꾸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어딘가에 숨겨놓습니다. 물건이 계속 없어지기 때문에 물건이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계속 물건을 숨겨놓고 숨겨놓은 장소를 못찾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함께 살면 없어진 물건을 찾아주는데 지금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찾아드릴 수가 없습니다. 물건을 숨길때는 꼭 까만 비닐 봉다리에 넣어서 쉽게 찾기 어려운 곳에 넣기 때문에 스스로 찾아내지를 못합니다.

 

 

저희 엄마는 진짜로 없어진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한테 이야기를 분명히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두번은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지나치게 자주 물건이 없어진다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도 엄마를 이상하다고 생각을 할 것입니다. 대화를 해보면 그러나 정상적이기 때문에 설마 치매 환자일까 의심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최근 엄마를 보면 시골에서 새롭게 만든 인간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그 관계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언젠가 엄마를 치매로 의심하고 치매 환자라고 인지를 하게 된다면 그 관계가 어떻게 될까요. 저희 엄마의 경우에는 가족 이외에 친구라는 존재가 인생의 활력소가 되고 즐거움이 되는데 그 관계가 깨지게 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시골이라 소문도 빨리날텐데 그 친구 집단에서 소외당하지 않을까.

 

물건이 자주 없어진다고 이미 경찰에도 신고를 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좋게 해석을 해보자면 경찰에 전화를 할 정도의 적극성과 인지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좋을까요.

 

저도 여전히 부정하고 싶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엄마가 치매 환자이고 진행중이고 언젠가 지금보다 상태가 많이 안좋아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대비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혼자서 일상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이런 상태가 오래 오래 지속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치매 환자는 계단식으로 나빠진다고 들었고 얼마전에 의사도 엄마와 같은 상태의 치매는 나쁜 치매라고 했기 때문에 저도 불안한 마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상태를 잘 관리하면 최대 3년~5년까지는 지금과 비슷하게 혹은 느리게 치매가 진행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상태가 빨리 안좋아진다면 앞으로 1년 정도만 혼자서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악화되면 지금처럼 혼자 지내실 수 없고 가족이 옆에 있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가족이 곁에서 지켜주어야 하는지, 그 보호자는 어떻게 생활을 해야하는지 생각해야할 것들이 또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엄마 상태가 좋으면 걱정 없이 생활하지만 한번씩 엄마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껴지면 보호자인 저도 불안감이 커지고 우울감도 옵니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 더 자주 오게될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멘탈과 체력 관리를 잘 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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