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치매 이야기 첫번째
- 건강약품
- 2020. 4. 24. 09:53
얼마 전 시골집에 있는 엄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집에 있는 카메라를 보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시골집에 자꾸 도둑이 들어서 카메라를 설치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카메라만 있으면 안되고 프로그램도 설치를 해야해서 엄마 혼자서는 설치하지 못한다고 다음에 해드리겠다고 통화를 끝냈습니다.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정상적으로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 것이 늘어가면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습니다. 엄마와 자주 이야기하는 이모한테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엄마가 최근 이상하다고 이모가 냄비를 훔쳐가서 경찰서에 신고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 엄마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겠다고 굉장히 힘들어하십니다.
2017년 어느날 엄마가 아빠한테 여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굉장히 충격적인 이야기였고 엄마가 치매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진짜인가? 설마? 저도 큰 충격을 받았고 아빠를 살짝 의심 하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또한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저희 아빠는 평생 여자 관련해서 사건 사고가 없으신 분이고 여자가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첫번째 폭로 이후 엄마는 말이 안되는 이상한 이야기를 계속 했고 저는 엄마가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엄마한테 정신과를 가보자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차마 그 말은 입에서 떨어지지가 않아서 초조하게 시간만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와중 이모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엄마가 이상하다고 병원에 데리고 간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대학병원에서 MRI를 찍었고 여러가지 테스트도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가 나왔고 알츠하이머 치매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치매라는 결과가 나오면 환자는 사실을 부정하고 가족은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저희 엄마는 지금도 자신이 치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엄마를 치매 환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믿고 싶지 않은 것이겠죠. 엄마도 저도.
엄마는 처음에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그 뒤로 한동안 상태가 안좋았었습니다. 옷을 훔쳐간다면서 보따리를 싸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런 엄마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참 마음이 굉장히 안좋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약을 꾸준히 드시면서 그때 당시와 비교하면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기억력도 좋아지셨고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런 일도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야하는 병원도 혼자서 가십니다. 병원 근처가 꽤나 혼잡한데도 잘 다녀오십니다. 병원비 약값도 잘 결제합니다. 병원에 가는 것을 동행하려고 하면 싫어하십니다. 혼자서 다닐 수 있어야 한다고요.
그렇다고 지금 정상 상태는 아닙니다. 조금씩 나빠지지 않나 생각이듭니다. 지금은 혼자서 시골에 있는 집에 내려가서 지내십니다. 혼자서 지내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드셨는지 제 2의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지금 엄마 주변에 도둑이 너무 많아서 걱정입니다. 실제 도둑은 아니고 엄마가 만들어낸 도둑이죠. 자꾸 주변 사람들을 도둑으로 몰아가는데 큰일입니다. 물건이 분실이 되어서 도둑이 들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그 이야기를 강조하고 약처방을 받으려고 합니다.